30년 만의 자리
오늘은 바람이 잦아든 것처럼 보였다. 코스피 −1.23%, 코스닥 −2.70%.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터진 어제까지에 비하면 조용한 하루였다. 그런데 열기구를 조금 더 높이 띄워 30년을 한 화면에 놓고 보니,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보였다 — 숲이 이만큼 빠르게 눕는 일은 이 숲의 역사에서 두 번뿐이었다.
27일 전, 우리는 사상 최고였다
고점이 아직 시야 안에 있다는 것이 이번 국면의 성격을 규정한다. 2000년 닷컴버블은 4년 5개월에 걸쳐 −88.5% 내려갔고, 2008년 금융위기는 15개월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적응할 기회를 얻었다. 지금은 그 기회가 없었다.
30년 만의 자리
먼저 코스닥이다. 같은 잣대 — 각 위기의 가장 나빴던 60거래일 — 로 줄을 세우면 이렇게 된다. 아래 표는 전부 코스닥 지수 종가 기준이며, 다른 지수를 섞지 않았다.
| 순위 | 국면 | 코스닥 최악 3개월 낙폭 |
|---|---|---|
| 1 | 닷컴버블 붕괴 (2000-05-24) | −55.21% |
| 2 | 글로벌 금융위기 (2008-10-27) | −51.50% |
| 3 | 2026 현재 (오늘) | −45.92% |
| 4 | 코로나 (2020-03-19) | −33.88% |
| 5 | IMF 외환위기 (1997-12-24) | −27.26% |
| 6 | 2022 금리충격 | −23.41% |
| 7 | 2018 미중분쟁 | −20.70% |
| 8 | 2011 유럽재정위기 | −15.00% |
| 9 | 2024 비상계엄 | −13.27% |
코로나보다 깊고, IMF보다 훨씬 깊다. 코스닥 위에 있는 것은 닷컴과 2008년뿐이다. 더 선명한 지표가 하나 있다 — 60거래일 누적으로 −45% 아래로 내려간 날은 30년 동안 딱 23일이고, 그것이 세 해에만 몰려 있다.
그 사이 25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이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코스닥이다. 그런데 지수를 바꿔 코스피로 보면 기록은 더 나쁘다.
| 순위 | 코스피 국면 | 코스피 20거래일 낙폭 |
|---|---|---|
| 1 | 2008-10-24 금융위기 | −37.48% |
| 2 | 2020-03-19 코로나 | −33.61% |
| 3 | 2026-07-29 현재 | −33.19% |
| 4 | 1997-12-12 IMF | −30.23% |
| 5 | 1998-05-26 | −25.93% |
IMF보다 깊다. 오늘 기준 −32.64%는 36년 9,418개 창 가운데 이보다 나쁜 창이 다섯 개뿐이다 — 하위 0.05%.
IMF는 15개월, 이번에는 3개월
총량만 보면 IMF가 더 깊다. 코스닥은 1997-08-09 1,371.90에서 1998-10-07 607.00까지 −55.75% 내려갔다. 지금은 −47.4%다. 그런데 IMF는 그 길을 15개월에 걸쳐 갔고, 이번에는 3개월에 갔다.
| 국면 | 낙폭 / 기간 | 속도 |
|---|---|---|
| 2020 코로나 | −38.2% / 23일 | −1.661%p/일 |
| 2026 현재 | −47.4% / 63일 | −0.752%p/일 |
| 2024 비상계엄 | −16.9% / 25일 | −0.676%p/일 |
| 2011 유럽재정위기 | −24.8% / 37일 | −0.670%p/일 |
| 2008 금융위기 | −68.5% / 316일 | −0.217%p/일 |
| IMF 외환위기 | −55.8% / 339일 | −0.172%p/일 |
| 닷컴버블 | −88.5% / 1,077일 | −0.082%p/일 |
IMF는 1997년 −18.6%, 1998년 −23.6%로 1년에 20%씩 갉아먹는 소모전이었다. 지금은 한 분기에 47%다. 코로나만이 이번보다 빨랐고, 그것은 23일 만에 끝났다. 이번은 63일째다.
어제의 다섯 관측, 판정
그리고 어젯밤 FOMC. 회의 전 시장 컨센서스는 동결이 우세했고, 관심은 9월 인상 확률이었다. 결과는 동결(3.50~3.75%), 그런데 세 명이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시장은 이제 인하가 아니라 연내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매파 쪽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저점을 넘어섰다
어제 리포트에서 이 값은 1.045(추정)였다. 7/29 신용융자가 미공표라 7/28 잔고를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오늘 실측이 나와 1.029로 확정됐고, 그 위에 오늘이 1.058로 얹혔다. 차트의 초록 선 끝이 위로 꺾인 구간이 그것이다.
한편 투자자예탁금은 오히려 늘었다 — 103.88조(7/22) → 109.59조(7/29), 5일간 +5.71조. 주식을 판 돈이 시장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앉아 있다. 빚은 안 줄고, 현금은 쌓이고, 지수만 빠졌다.
진앙은 중국이었다
#04는 이번 낙폭의 방아쇠를 "AI 배수"라고 적었다. 오늘 그 방아쇠에 이름이 붙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7월 27일 상장해 첫날 +466% 폭등했다. 조달 규모 579억 위안(약 11.6조원 — #04의 '8.6조'는 상장 전 보도치)으로 2026년 아시아 최대 IPO, 장중 시총 802조원. 여기에 중국 노광장비(DUV) 국산화 소식이 겹쳤다.
무너진 것은 실적이 아니라 경쟁 구도였다. 그리고 가격이 아니라 상승 속도였다.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꺾인 것은 상승률이다. 시장이 반응한 것은 "하락"이 아니라 "감속"이었다. 그 감속에 사상 최대 실적이 겹치자 피크아웃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 결과 두 회사의 컨센서스 PER은 4배대가 됐다 — 삼성전자 4.44배, SK하이닉스 4.20배. 52주 고점 대비 −45%, −56%인데 이익은 18배 늘었다. 외국인이 사는 논리는 "이익이 이런데 PER 4배는 말이 안 된다"이고, 파는 논리는 "그 이익이 정점이고 4배는 정점이익에 붙는 정상 배수다"이다. 오늘의 시장은 이 한 문장을 놓고 갈렸다.
한국만 더 맞았다
| 시장 | 1개월 | 3개월 | 1년 |
|---|---|---|---|
| 코스피 | −34.01% | −15.44% | — |
| 코스닥 | −30.62% | −47.42% | — |
| 필라델피아반도체 (SOX) | −23.79% | +4.10% | +45.54% |
| 대만 가권 | −13.43% | +1.60% | +45.38% |
| 닛케이 | −11.70% | +2.20% | +22.72% |
| 나스닥 | −5.33% | −0.90% | +4.13% |
| S&P 500 | −1.67% | +2.48% | +5.94% |
| 다우 | −1.13% | +4.99% | +6.46% |
| 항셍 | +13.01% | +0.70% | +0.22% |
S&P −1.67%, 다우 −1.13%. 미국 시장 전체는 멀쩡하다. SOX만 −23.79%다. 그런데 SOX조차 1년으로는 여전히 +45.54% — 무너진 게 아니라 되돌려지는 중이다. 대만은 TSMC를 갖고도 −13.43%인데 한국은 −34%다. 진앙보다 7~10%p 더 맞은 이 초과분이 한국 고유 요인이고, 그 이름이 레버리지다.
삼성·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이 6.8조원 규모로 쌓여 있었다. 급락 국면에서 이 상품들은 하루 거래대금 5.4조원, 상품별 −26~29%를 기록하며 스스로를 팔았다. 대신증권은 이 청산 압력이 의미 있게 완화되는 시점을 3~4주 후로 본다.
공포가 없는 폭락
가장 강한 증거는 환율이다. 7월 1일 1,554.9원(2009년 3월 이후 최고)이던 원/달러가 오늘 1,438.64원이다 — 코스피가 −34% 무너지는 동안 원화는 7.5% 절상됐다. IMF와 금융위기 때는 예외 없이 원화가 급락했다. 자본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크립토도 같은 말을 한다. 주식이 무너진 7월에 비트코인은 +10.7%, 이더리움은 +22.4% 올랐다. 과거처럼 나스닥의 고베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안에서도 토큰화 국채·주식을 다루는 ONDO가 3개월 +57.8%로 홀로 뛰었다 — 비트코인이 같은 기간 −17.1%인데도. 돈이 위험에서 도망친 게 아니라, 이자가 나오는 쪽으로 이동했다.
시장이 무서워하는 것은 주식이 아니라 금리다. 미 30년물 5.21%로 2007년 이후 최고, MOVE는 오늘 +8.83% 튀었고, FOMC에서는 세 명이 인상에 표를 던졌다. 이것은 시스템 위기가 아니라 포지션 청산이다.
일요일의 '공격 중단' 보도에 −12% 빠졌던 유가가 되돌아오고 있다 — 어젯밤 이란이 휴전 종료를 선언했고, 브렌트는 $87.5 → $92.1로 복귀했다. 다우의 4월 이후 최악 세션도 절반은 이 뉴스였다. #04가 남긴 판정 — 얀부·바브엘만데브 통항이 다음 주간 관측에서 유지되는가 — 는 그대로 살아 있다. 그리고 기름이 오르면 §08의 결론이 강해진다. 시장이 무서워하는 금리 공포의 연료가 유가이기 때문이다.
세 주체, 그리고 앞으로
"외국인 vs 국내"가 아니다. 연기금의 7월 순매수 1위도 SK하이닉스(+4,258억)였고 삼성전자는 오히려 순매도(−1,115억)였다. 외국인과 연기금이 같은 편에서 반도체를 담았고, 반대편에 개인이 있었다. 다만 연기금이 코스피부터 채우는 것은 코스닥을 배제해서가 아니라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의 12%에 불과해 사면 값이 튀기 때문이다. 순서의 문제다.
① 제도가 밀어내는 회전 자금. 코스닥을 말린 것은 하루 5.4조씩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돌던 개인 자금이었다(§07).
내일(7/31)부터 그 판이 닫힌다 — 기본예탁금·괴리율 관리에 금융사 자체 규제까지.
정부가 구제(증안펀드) 대신 택한 이 '카지노 폐쇄'는, 역설적으로 그 돈의 원래 서식지였던
코스닥 중소형주로 돌아오는 통로가 될 수 있다.
② 쌓여 있는 현금. 예탁금 109.6조(+5.7조/5일) — 판 돈은 시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05).
재진입의 트리거는 강도가 분자(청산) 경로로 꺾이는 것이다.
③ 외국인. 3일 연속 +6,436억. 공매도 잔고가 이미 7월 −10.5% 줄어 커버할 연료가 소진되는 중 —
잔고 감소가 멈춘 뒤에도 매수가 이어지면 실체는 저가매수다.
연기금은 마지막 순서다(위 문단). 역풍도 셋 — 한은의 인상 기조, 강도 1.058의 잔여 청산, 무너진 리테일 심리.
판별은 8월 첫 두 주, 코스닥 거래대금(7.2조 기준)과 거래대금 비중(17.5%)의 반등 여부다.
물이 돌아온다면 새 돈이 아니라 돌아오는 돈이 먼저다.
앞으로의 일정 — 언제 확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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